은퇴는 한 번의 사건이 아니다: 스웨덴 고령층의 일·연금 결합 궤적
스웨덴 1940년대 출생 코호트의 일·은퇴 시퀀스를 분석한 Brydsten과 Stattin(2025)을 검토하고, 저자들이 높은 임금 궤적을 지위 유지, 낮은 임금 궤적을 경제적 필요와 연결해 해석한 근거와 그 한계를 살펴본다.
은퇴를 특정 연령에 일어나는 한 번의 사건으로만 보면, 임금소득과 연금소득을 함께 받으며 계속 일하거나 실업·질병급여·장애연금 등을 거쳐 완전은퇴로 이동하는 과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Brydsten과 Stattin(2025)은 스웨덴의 1940년대 출생 코호트를 52세부터 70세까지 추적해 이러한 일·은퇴 궤적을 분석했다. 연구는 남성과 여성을 나누어 다섯 가지 궤적을 도출하고, 교육, 직업지위, 가족상태와 가처분소득이 각 궤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본다.
핵심 발견은 고령기의 일·연금 결합을 하나의 경험으로 묶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에게는 높은 소득과 교육, 안정적인 경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나타났고, 다른 일부에게는 낮은 소득과 가족부담 속에서 일을 계속해야 하는 경로로 나타났다. 다만 이 연구는 개인의 자발성이나 경제적 필요를 직접 측정한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특성과 궤적의 연관성을 토대로 이를 해석했다.
working retiree와 브리지 고용의 구분
원문은 working retiree를 임금소득과 노령연금을 함께 받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저자들은 이를 시간제 유급노동과 연금급여의 결합으로 설명하면서, 브리지 고용(bridge employment)은 통상적인 은퇴연령 이후의 근로를 포괄하는 더 넓고 정의가 일정하지 않은 개념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이 연구가 사용한 행정자료에는 근로시간이 없다. 따라서 실제로 시간제 근무를 했는지, 근로시간을 얼마나 줄였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연구가 직접 관측한 것은 연간 임금소득과 연금소득의 결합이다. 이 글에서는 이 측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시간제 전환’보다 ‘일·연금 결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연구 설계
연구는 스웨덴 고령화·노인 패널조사(Panel Survey of Ageing and the Elderly, PSAE)와 행정등록자료를 결합했다. PSAE는 스웨덴 통계청이 운영하는 소득·생활조건 조사에 포함된 전국 단위 조사이며, 연구진은 2010/2011년 조사에 참여한 1940~1949년 출생자를 선정했다.
노동시장 상태는 건강보험·노동시장 통합 종단 데이터베이스(Longitudinal Integrated Database for Health Insurance and Labour Market Studies, LISA)의 과세소득 자료를 이용해 구성했다. 임금, 노령연금, 실업급여, 질병급여, 장애연금 등 여러 소득이 한 해에 함께 존재할 때에는 가장 큰 소득원을 중심으로 하나의 상태를 부여했다. 임금과 노령연금을 함께 받은 경우에는 working retirement 상태로 분류하고, 임금수준에 따라 높은 임금과 낮은 임금 집단으로 나눴다.
분석단위는 개인별로 구성된 19년간의 연간 노동시장 상태 시퀀스다. 연구진은 52세부터 70세까지 각 상태의 순서, 지속기간과 전환 횟수를 함께 분석했다.
서열 간 거리는 최적일치법(optimal matching)으로 계산하고, PAM(partitioning around medoids) 군집분석으로 대표 궤적을 도출했다. 군집분석은 여성과 남성을 별도로 수행했다. 평균 실루엣 폭은 남성 0.26, 여성 0.29로, 저자들은 군집구조가 약하지만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다섯 궤적은 완전히 분리된 자연적 유형이라기보다 복잡한 시퀀스를 요약한 분석적 분류로 읽는 것이 적절하다.
교육, 경력분야, 직업지위, 혼인상태, 동거 자녀 수와 가처분소득이 각 궤적에 연결되는 양상은 다항회귀모형의 예측확률로 제시했다. 이 확률은 다른 조건이 주어졌을 때 어떤 궤적에 속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지만, 해당 특성이 궤적을 발생시켰다는 인과효과를 뜻하지 않는다.
표본 수를 읽을 때의 주의점
원문은 방법 부분에서 선정 표본을 1,721명으로 보고한다. 그러나 기술통계표에는 여성 908명과 남성 829명, 합계 1,737명이 제시되어 있다. 다항회귀모형의 표본은 여성 904명과 남성 825명, 합계 1,729명이다.
이 차이가 분석단계별 결측치 제외 때문인지, 보고상의 오류 때문인지는 원문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연구의 표본을 하나의 확정된 수치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아래의 궤적별 비율은 각 성별 군집분석에 제시된 여성 908명과 남성 829명을 기준으로 읽었다.
가처분소득 범주도 방법 부분에서는 quintiles로 설명되지만 표에는 Q1부터 Q4까지만 제시된다. 이 글에서는 구간 수를 임의로 수정하지 않고 ‘최저 소득 범주’와 ‘최고 소득 범주’로 표현한다.
다섯 가지 일·은퇴 궤적
1. 전통적 궤적
전통적 궤적은 여성의 26.7%, 남성의 25.8%로 가장 큰 집단이었다. 전형적인 패턴은 52세부터 64세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일하고, 65세에 약 1년간 임금과 연금을 함께 받은 뒤 66세 무렵 완전은퇴로 이동하는 것이다.
여성은 이 궤적에서 낮은 임금상태가, 남성은 높은 임금상태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났다. 이는 동일하게 ‘전통적’이라고 분류된 궤적 안에도 성별에 따른 임금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2. 높은 임금의 탈표준화 궤적
높은 임금의 탈표준화 궤적은 여성의 20.0%, 남성의 23.5%였다. 이 집단은 대체로 60세까지 안정적인 높은 임금상태를 유지하고, 65세 이후에는 임금과 연금을 함께 받는 상태를 비교적 길게 경험했다.
높은 임금 궤적은 낮은 임금 궤적보다 고령기에 상태 전환이 더 많이 나타났다. 저자들은 높은 숙련과 고용가능성이 직장이나 업무를 바꿀 기회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제안한다. 그러나 연구자료에는 고용주 변경, 직무내용이나 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실제 전환 메커니즘은 확인되지 않았다.
3. 낮은 임금의 탈표준화 궤적
낮은 임금의 탈표준화 궤적은 여성의 18.4%, 남성의 20.0%였다. 이 집단도 65세 이후 일과 연금을 결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낮은 임금상태와 낮은 가처분소득이 더 두드러졌다.
저자들은 이 궤적을 경제적 필요에 따른 근로연장과 연결한다. 특히 낮은 가처분소득, 집에 함께 사는 자녀, 배우자 부재와 같은 조건이 관련된 것으로 해석한다. 다만 설문이나 행정자료에서 “경제적으로 필요해서 계속 일했다”는 동기를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다.
4. 조기 이탈 궤적
조기 이탈 궤적은 여성의 15.2%, 남성의 17.3%였다. 전형적으로 61세 무렵부터 일부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하고, 약 1년간 일·연금 결합상태를 거친 뒤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이 집단 안에는 안정적인 고임금 경력을 가진 사람뿐 아니라 실업, 질병급여와 비활동 상태를 경험한 사람도 포함되었다. 따라서 조기 이탈을 모두 자발적 조기은퇴로 해석할 수는 없다.
5. 불안정 궤적
불안정 궤적은 여성의 19.7%, 남성의 13.4%였다. 고용, 실업, 질병급여와 비활동 상태 사이의 잦은 이동이 특징이며, 상당수는 오랜 기간 장애연금 상태에 있다가 65~66세 무렵 완전은퇴로 이동했다.
이 궤적은 고령기 근로연장 여부만으로는 은퇴과정의 불평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노동시장에 오래 남아 있다는 사실과 안정적이고 선택 가능한 일자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사회경제적 조건과 궤적의 연관성
교육과 직업지위는 높은 임금의 일·연금 결합 궤적과 연결되었다. 여성의 경우 고등교육 집단은 높은 임금과 낮은 임금의 탈표준화 궤적에 속할 예측확률이 전통적·조기 이탈·불안정 궤적보다 높게 보고되었다. 남성 고등교육 집단에서는 높은 임금 궤적의 예측확률이 0.29로 가장 높았고, 불안정 궤적은 0.13으로 가장 낮았다.
가처분소득은 궤적을 구분하는 가장 뚜렷한 요인으로 보고되었다. 최고 소득 범주에서 높은 임금의 탈표준화 궤적에 속할 예측확률은 여성 0.34, 남성 0.31이었다. 최고 소득 범주의 여성은 조기 이탈 궤적도 0.31로 높았고, 같은 범주의 남성은 전통적 궤적이 0.36으로 가장 높았다.
반대로 최저 소득 범주의 남성은 낮은 임금의 탈표준화 궤적에 속할 예측확률이 0.42였다. 최저 소득 범주의 여성은 전통적 궤적이 0.45로 가장 높았고, 낮은 임금 궤적 0.27, 불안정 궤적 0.21이 뒤를 이었다.
가족조건의 양상도 성별에 따라 달랐다. 기혼 남성은 높은 임금 궤적의 예측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미혼 남성은 낮은 임금 궤적에 더 가까웠다. 미혼 여성은 불안정 궤적의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남녀 모두에서 집에 함께 사는 자녀가 있는 경우 근로연장 궤적의 예측확률이 더 높게 보고되었다.
이 수치들은 집단 간 평균적 연관성을 나타낸다. 소득, 교육이나 가족상태가 개인의 은퇴 결정을 직접 일으켰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건강, 근로시간, 돌봄책임과 제도 변화처럼 모형에 충분히 포함되지 않은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수 있다.
두 가지 근로연장 논리
저자들은 높은 임금과 낮은 임금의 탈표준화 궤적을 서로 다른 두 가지 논리로 해석한다.
첫째는 지위 유지(status maintenance)다. 높은 소득, 고등교육과 화이트칼라 직업을 가진 사람은 축적된 인적자본과 고용가능성을 바탕으로 고령기에도 일을 이어갈 수 있다. 이 경우 근로연장은 사회적 관계, 직업정체성이나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선택과 연결될 수 있다.
둘째는 보상 또는 경제적 필요(compensation)다. 낮은 임금, 낮은 가처분소득과 취약한 가족자원을 가진 사람은 충분하지 않은 소득과 연금을 보완하기 위해 일을 계속할 수 있다.
이 두 해석은 연구결과와 부합하지만 개인의 실제 동기를 직접 관찰한 것은 아니다. 동일한 소득이나 교육수준에서도 건강, 직무조건, 배우자의 은퇴시점과 돌봄책임에 따라 선택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선택형’과 ‘생계형’을 구분하려면 근로 지속의 자발성, 기대소득, 연금충분성 및 근로시간을 직접 측정한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이 연구가 말하지 않는 것
이 연구는 다음을 입증하지 않는다.
- 높은 교육이나 소득이 근로연장을 발생시킨다는 인과효과
- 낮은 소득자가 모두 경제적 필요 때문에 일한다는 개인 수준의 동기
- 임금과 연금을 함께 받은 사람이 실제로 시간제 근무를 했다는 사실
- 특정 연금정책이나 고령자 고용정책의 효과
- 근로연장이 건강, 삶의 만족도 또는 은퇴 후 빈곤을 개선한다는 효과
- 높은 임금 궤적에서 관찰된 상태 전환이 실제 고용주 변경이나 더 나은 일자리 이동이라는 사실
- 스웨덴의 1940년대 출생 코호트에서 나타난 궤적이 한국의 현재 중고령 근로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
연구에는 근로시간, 무급 돌봄노동, 동거관계, 만성질환과 정신건강 자료가 포함되지 않았다. 인종·민족,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도 이용할 수 없었다. 또한 특정 시대의 스웨덴 연금제도와 노동시장 안에서 형성된 코호트를 분석했으므로 다른 세대와 국가로 일반화할 때 주의해야 한다.
DASISIJAK 관점에서의 함의
이 연구는 브리지 고용을 하나의 동질적인 근로형태로 다루지 않아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같은 일·연금 결합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선택 가능한 경력 연장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부족한 소득을 보완하기 위한 필요일 수 있다.
첫째, 중고령자 고용지원은 참여 여부뿐 아니라 참여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임금수준, 고용안정성, 근로시간 선택권, 연금충분성과 건강상태를 구분하지 않으면 근로연장의 질을 판단하기 어렵다.
둘째, 지원방식을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경력과 기술을 활용하려는 사람에게는 유연한 직무와 전환기회가 중요할 수 있고, 경제적 필요로 일을 계속하는 사람에게는 적정임금, 고용안정과 사회보장 간 조정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는 원 연구가 효과를 검증한 정책 처방이 아니라, 관찰된 이질성에서 도출한 DASISIJAK의 해석이다.
셋째, 자발적 근로연장과 비자발적 근로연장을 직접 구분하는 측정이 필요하다. 소득과 직업지위만으로 동기를 추론하기보다 희망 은퇴시점, 연금충분성, 근로시간 선호, 돌봄책임과 건강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
넷째, 한국에서도 개인별 고용·소득·연금 상태를 장기간 연결한 종단자료가 필요하다. 스웨덴에서 확인된 다섯 궤적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한국의 정년제도, 국민연금 수급시점, 재고용 관행과 자영업 비중을 반영해 일·은퇴 시퀀스를 새로 식별해야 한다.
독자를 위한 핵심 takeaway
- 은퇴는 취업에서 완전은퇴로 한 번에 이동하는 단일 사건이 아니라 여러 노동시장 상태가 이어지는 과정일 수 있다.
- 스웨덴의 1940년대 출생 코호트에서는 남녀 각각 다섯 가지 일·은퇴 궤적이 식별되었다.
- 일과 연금을 결합하는 경로에는 높은 소득과 지위 유지에 가까운 유형과 낮은 소득 및 경제적 필요에 가까운 유형이 함께 존재했다.
- 이 결과는 사회경제적 특성과 궤적의 연관성을 보여주지만 개인의 동기나 인과효과를 직접 입증하지 않는다.
- 브리지 고용을 평가할 때에는 참여 여부뿐 아니라 임금, 안정성, 선택권과 연금충분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출처
이 글은 DASISIJAK이 작성한 독립적인 연구 해설이며, 원문은 Anna Brydsten과 Mikael Stattin(2025)의 “Redefining retirement: a sequence analysis of how older adults extend working life in Sweden”이다. 이 논문은 Ageing & Society 45권 12호, 2702–2724쪽에 게재되었고, DOI는 https://doi.org/10.1017/S0144686X2510024X 이다. 이 글은 원 저자·학술지 또는 출판사의 승인이나 보증을 의미하지 않는다.